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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중독, 여행의 충동/유럽 방랑기

[체코] 여행을 100배 즐겁게 해준 민박집, 프라하코코

by 재기방랑 2013. 6. 8.

사실 여행을 준비할 때 숙소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어차피 잠만 자고 씻는 곳인데, 뭘.'하는 마음이 가장 컸고 숙박비를 줄이고

차라리 다른 곳에 지출을 늘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폐쇄되었지만 내가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네이버 카페 '유랑'에는 

한인민박집 후기를 올리는 게시판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호불호가 너무 갈리고 알바를 쓴다는 제보가 빗발치는 바람에 닫은 듯하다.


나의 경우 호스텔을 굉장히 애용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계속 호스텔에서 숙박하였다.

호스텔의 개념이 독일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독일의 국민, 학생들이 국내여행을 원활하게 하는 걸 돕기 위해

출발했다는 얘기를 얼핏들었다. 그래서인지 독일권 지역에는 훌륭한 호스텔이 정말 많다.

심지어 가맹점도 있어서 이름만 믿고 예약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라하의 경우 워낙 한국인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한인민박집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리고 나의 한 달 일정에서 체코가 가운데에 해당됐기 때문에 이쯤되면

한국인들하고 머물면서 좀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민박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민박집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같은 한국인이라서 말이 잘 통하고 관광하기도 편하다는 거다.

그리고 호스텔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기 때문에 민박집 주인이 세심하게 신경써줄 수도 있다.

사실 이 점은 다녀오고 나서야 느꼈다. 호스텔의 경우는 정말 잠만 자고 씻기만 했는데

프라하에서는 한국인들끼리 밤에 야경보러 카를교에 나갔다 오고

저녁도 같이 먹고 스카이다이빙도 함께 다녀왔다.


일단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로도 친근하게 느껴지고 말걸기가 훨씬 쉽다는 점이다.

투숙객도 많지 않아서 오며가며 얼굴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사하면서 어울리기도 쉽고.



출처 - 프라하코코 (www.prahacoco.com)



나는 유럽여행하면서 한인 민박은 프라하코코 한 곳만 묵었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다른 투숙객에 의하면 프라하코코가 굉장히 큰 집이라고 했다.

프라하코코는 일단 펜트하우스다. 한 층이 다 민박집이다. 그래서 거실도 꽤 큰편이란다.

화장실도 3곳이나 있고, 복도를 기준으로 남녀 도미토리가 분리되어있다.

거실을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여성도미토리라서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한국인들끼리고 여행하는 신분이라고 해도 아침에 부스스하게 일어난 모습을 다른 투숙객들한테 보이기가 굉장히 민망한데

여성도미토리는 제일 안쪽에 있고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어서 일어나자마자 화장실가서 씻고 나올 수 있어서

자연상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됐다.

정말 그 점이 프라하코코의 최대 강점인 듯하다.

자연스럽게 여성도미토리 옆에 있는 화장실은 위치때문에 여성들만 사용한다.

아예 여성도미토리 복도에 남자가 오질 못한다.ㅋㅋㅋ


그리고 테라스가 있어서 아침에 거실에 환하게 햇빛이 비추는데 아주 선샤인이다.ㅋㅋㅋ



뿐만 아니라 내가 방문했을 떄가 개업한지 두세 달 정도밖에 안 된 상태라 굉장히 깨끗하다.

정말 깨끗깨끗하다.


그리고 아침도 흰 쌀밥과 김치는 기본으로 나오고 정말 반찬도 많이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는게 어찌나 상쾌하던지..ㅋㅋ

식탁에서 투숙객들과 함께 먹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밥먹으면서 인사하고 대화하고 혼자 온 사람있으면 동행할 수도 있다.

컴퓨터도 2대 있어서 마음껏 사용해도 되고.


그리고 위치. 사실 이게 진짜 프라하코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역에서 찾아가기는 어려울 수 있는데 어차피 프라하의 관광지가 중앙역에서 멀기때문에

중앙역 근처에서 머물면 오히려 관광할 때는 불편할 것 같았다.


우선 프라하코코는 카를교가 엄청 가까워서 밤에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야경보러 다녀오기 엄청 편하다.

그리고 민박집 1층에는 프라하맛집으로 소문난 전통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나는 잘 몰랐는데 그 집이 워낙 유명해서 현지인들한테 그 레스토랑 위치를 물어서 프라하코코 가는 방법도 있었다.




이런 외적인 조건도 물론 훌륭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민박집 주인 부부였다.

신혼여행으로 프라하 왔다가 반하고 민박집을 운영한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그 당시에 제일 막내로 혼자 여행을 왔던지라 신경도 많이 써주셨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확실히 한인민박에서 머물다보니 사람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민박집을 찾는 이유가 공감되기도 했다.


프라하에서 돌아온지 벌써 일년이 됐지만 여전히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역시 여행을 즐겁게 하는 건 다른 것이 아니라 여행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라하를 다시 가게 된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민박집 주인부부 때문일 것이다.

그정도로 많이 감사하고 만나고 싶다.

그 분들에게 나는 지나가는 투숙객 중 한 명이겠지만 나는 프라하하면 프라하코코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다녀온지 일년이 지났으면서도 장문의 후기를 쓰게 됐다.


사람의 정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더 그립고 기억에 남는 듯하다.


그나저나 친구가 유럽배낭여행한다길래 프라하코코에서 꼭 숙박하라고 추천했는데

예약했는지 확인 못해봤다. 너무 내가 무슨 중개인 같아서..ㅎㅎ

그래도 그 친구가 프라하코코에서 머물면 같이 얘기도 하고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