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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중독, 여행의 충동/아시아 방랑기

화려한 호텔이 즐비한 코타이섬, 고즈넉한 어촌 마을 콜로안 빌리지

by 재기방랑 2016. 11. 8.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궁'에서 두 주인공이 재회하는 장소로 한국인에겐 알려져있다. 콜로안 빌리지는 사실, 마카오의 명물인 에그 타르트 맛집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세나도 광장 근처에 있는 '마가렛 카페 이 나타'와 콜로안 빌리지에서 시작된 '로드 스토우즈', 이 두 곳은 마카오식 에그 타르트 대표 맛집이다. 지난 이틀은 내내 흐리고 비가 내리더니, 그나마 조금 해가 보였다. 작은 어촌이라는 콜로안 빌리지는 마카오의 다른 관광지와 달리 고즈넉하고 고요했다. P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조용한 공간. 마을이 작아서 한나절이면 금세 돌아볼 수 있있다. 콜로안 빌리지는 마카오에서 방문한 곳 중에 가장 조용하고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사실 정말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으니, 가볼만 했다.

 

 

 

노란색의 외벽이 인상깊었던 자비에르 성당

 

 

 

콜로안 빌리지의 집은 하나 같이 진한 색으로 외벽을 칠해서 사진을 찍으면 정말 예쁘게 담겼다. 게다가 햇빛이 쨍쨍해서 자연광까지 렌즈에 들어오니, 결과물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햇빛 한 줄기가 이렇게 따뜻할 줄이야. 사람이 사는 곳 자체가 관광지라서 그런지, 여행자들도 조용히 거리를 감상하며, 예의를 지켰다. 현지 마을에 녹아드는 과정이 여행이 되는 마을.

 

 

온통 붉은 색으로 꾸며진 집. 빨간 꽃, 붉은 화분, 붉은 창틀, 붉은 외벽. 동화에서나 볼 법한 가정집이었다.

 

 

이 창문을 열면 햇빛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 같았다.

 

 

딱, 이 정도 거리에서. 내 눈에는 예쁜 집이지만, 저 안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집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여행자들의 관심과 시선을 감당해야 하니까.

 

 

 

집 밖으로 널린 빨랫감

 

 

 

이후에 상해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한 모습인데, 이 곳은 빨래가 길에서도 다 보인다. 처음에는 민망하기도 하고 신기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일상일 테니까. 익숙해지더라고

 

 

왠지 대만 청춘영화에 나올 것 같은 장면이다. 학교 쉬는 시간에 두 학생이 매점에 들러서 서로 만나는 뭐 그런 풋풋한 내용. 아- 최근에 '나의 소녀시대'와 '그 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를 재미있게 봐서 그런가.

 

 

 

오전을 콜로안 빌리지에서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베네시안 호텔로 향했다. 인공 호수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 베네치아는 가본 적도 없는데, 와본 적 있는 것 같은 기분.

 

 

영화 '도둑들'의 촬영지였다는 이 곳은 1층부터 바로 카지노가 들어서 있다. 물론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여기서 20 홍콩 달러로 슬롯머신 당겼다가 실수로 15불 전액 배팅하는 사고가 있었다. 근데 이게 웬 걸, 140불이 넘는 금액이 당첨된 것이다. 사실 슬롯머신 규칙도 모르고, 배팅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쩌다 걸려든 것이다. 이렇게 사행성 오락에 빠져드는 것인가.... 쫄보인 나와 P는 이쯤에서 만족하고 다시 현금으로 바꾸려고 인쇄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인쇄기가 말썽을 부리며 종이 출력이 안 됐다.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지나가는 직원을 불러서 상황 설명하고, 종이 출력해달라고 했다. 직원이 해결을 못하니까 다른 직원이 몰려들고, 다른 직원이 또 찾아오고... VIP인 줄...나 한 명에게 다가온 직원이 한 네 명 정도 있었다. ㅋㅋㅋ 마음 만큼은 억만장자. 카지노에서는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할 듯. 어차피 큰 돈이 오가는 다른 테이블은 내가 낄 자리도 아니었고, 규칙도 모르겠더라...

 

 

 

하지만 실내 쇼핑몰은 진짜 멋있었다. 모든 매장 하나하나에 다 들어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베네시안 호텔가서 푸드코트 찾아가야 하는 비루함☆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인공운하와 운하를 따라 늘어선 쇼핑몰. 실내라서 더더욱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어찌나 큰지, 차마 다 둘러볼 엄두가 안 났다. (그러면서 발에 불나도록 구경함)

 

 

 

진짜 베네치아처럼 곤돌라도 타볼 수 있었다. 저기 앉으면 뱃사공이 노래도 불러주고, 노를 저어서 구경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우리는 구경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뱃사공이 노래부르면 쇼핑하다가도 쫓아나와서 구경했다. 언젠가 베네치아 가서 실제로 들어볼 테야.

 

 

 

쇼핑몰 구경 실컷하고, 푸트코트에서 쌀국수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오는 길에 슬롯머신 당겨서 돈도 벌었으니, 이제 댄싱워터쇼를 보러 갈 차례다. 내가 앉은 곳은 B구역 3번째였나, 4번째 좌석이었다. 무대가 가운데에 원형으로 설치되어 있고, 객석이 원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라서 어느 각도에서 관람하든지 잘 보일 것 같았다. 공연 내내 무대에 물이 들어왔다가, 물이 빠지기를 반복했다. '무대'라는 개념을 바꾼 신선한 공연이었다.

 

 

 

 

 

 

어부가 난파되는 장면인데, 저 높은 곳에서 물 속으로 뛰어드는 걸 보는데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손에 힘이 들어가더라. 중간에 안전에 문제가 생겼는지 연출진이 무대로 올라와 점검하느라 10분 정도 공연이 중단됐다. 안전에 확실히 주의를 기울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공연이 재개된 이후에는 오히려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었다. 배우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물과 빛이 만나면 이렇게나 분위기가 깊어진다. 흐..멋있어.

 

 

 

 

 

 

감탄사가 마구 쏟아지는 공연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있었다. 댄싱워터쇼 공연이 열린 시티오브드림스 호텔 야경도 한 장 기념으로 남겨두고.

 

 

맞은 편에 있는 베네시안 호텔은 밤이 되니 더욱 화려해졌다. 유럽의 가로등을 연상케하는 전등에 불이 들어오고, 물에 반사되는 빛이 더욱 분위기를 한층 심화시킨다.

 

 

 

 

 

 

 

 

 

1월 겨울의 밤바람은 제법 날카로웠지만, 아름다운 야경이 있기에 발길을 돌리기 어려웠다. 거센 바람이 만들어 낸 잔물결이 괜스레 예뻐보이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