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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중독, 여행의 충동/유럽 방랑기

[독일]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by 재기방랑 2013. 11. 26.




독일, 베를린
베를린 중앙역


*

베른린 중앙역은 처음 발 디딘 내겐 너무 어려웠다.
사람도 많고 역도 커서 출구 찾아 한참을 헤맸다.
방문자센터에서 숙소를 물어보고 다시 숙소가 있는 반대편 출구를 찾아 삼만리.

그런 중앙역이 며칠이 지나니 내 동네처럼 익숙해져서
열차를 타러 올라가고 Ubahn을 타러 내려가는 능숙한 나를 발견했다.

어딜 그렇게 가는 건지 저마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 그 속에서 나 혼자 덩그러니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바삐 걷는 사람들에 속하던 내가 무리에서 벗어나 제3자가 되어보니 문득, 그렇게 빨리 가야할 이유가 무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는 걸어가고 있는걸까. 난 지금 어디 길목에 서 있는지 알고는 있나.

너무 빨리 걷느라 현재를 돌아볼 여유도 없어보인 사람들이 자화상 같아서 또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현실이 각박하고 퍽퍽할 때면 그 날을 떠올린다.
그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