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뮤지컬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 효력이 지금 나타는가보다.
아니면 내 돈으로 연극을 보러 다니니까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걸까? 지출한 만큼 열린 자세로 관람하는 건지.
연극 배우라는 일이 매력적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연극 배우들은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 참 순수하다는 걸 느낀다.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감사해한다.
그 나이 쯤에 일궈야할 우리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서 살아와서 그런지 사회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도 느껴지고.
비록 사회의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꿈에는 도달하는 독한 모습이 무지 멋지다. 제일 멋진 일이다, 꿈을 지켜간다는 건.
나는 늘 꿈을 좇기만 했지 지켜가보진 못했는데. 한편으로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적 명예와 부귀는 포기해야한다는 현실은 씁쓸하다.
거대한 자본으로 흥행하는 대규모 뮤지컬을 볼 때는 느끼지 못한 소시민적 삶의 감동과 교훈을 대학로 극장에서 얻는다.
인터뷰를 봐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무대를 꿈꾸고 배우를 갈망하는 열정이 아름답다.
나는 한낱 용돈타서 사는 학생 신분에 불과하지만 티끌이라도 모아서 대학로에 자주 가야지. 남일에 뭐 그리 오지랖이냐고 혀를 찬대도 난 도와주고 싶다.
그 순도 100%의 열정을. 배우 본인들은 무명 배우라고 자칭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찬란히 빛나는 배우다. 멋있어, 나이가 들어도 꿈을 지켜간다는 게. 그 꿈 오래도록 꾸었으면 좋겠다.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할 것 같아. 나도 열심히 살거야.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