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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중독, 여행의 충동/유럽 방랑기

[체코] 체코, 프라하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마리오네트 인형

by 재기방랑 2013. 4. 30.

프라하 연인이라는 드라마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에게 체코, 프라하는 참 낯익다.

유럽을 다니면서 프라하처럼 한국인이 많은 나라를 본 적이 없다.

 

길을 걸으면 한국어로 "방가방가?"라고 인사를 건네는 상인들도 쉽게 만날 수가 있다.

 

그리고 프라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리오네트 인형

실제로 마리오네트 인형 상점이 굉장히 많았고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프라하게 갔으니 내친김에 마리오네트 인형 하나 사와야지. 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결코 싸지 않았다.

 

값이 만만하면 그만큼 품질이 안 좋았다.

마리오네트 인형이 조잡하고 움직일 수 있는 관절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비싼 걸 사자니 값이 어마어마했다.

예전에 다큐방송을 통해 봤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최고급의 마리오네트 인형은 장인이 손수 제작하는 거라 상상을 초월하는 값이란다.

 

마음에 들지도 않는 마리오네트 인형을 사 봤자 집에 돌아가면 방 한구석에 쑤셔박힐 운명이기에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입장표는 내가 머물던 민박집 주인에게 받았다.

따로 극장에 가서 티켓을 구매할 필요 없이

민박 운영자분에게 구입하면 됐다.

 

내가 관람하게 될 인형극은

DON GIOVANNI

 

사실 전통이 있는 극장이라고 유명하지만

내부 시설은 그리 좋지 않다.

비좁기도 하고 무대 자체도 크지가 않다.

 

 

 

극이 시작하면 이렇게 모든 전등을 소등하고 무대 위에 집중하게 된다.

사진에도 나타나 있지만 얼마나 오래된 소품인지 나무로 만든 욕조 소품의 밑부분이 마모되었다.

 

 

 

그리고 인형들을 움직이신 주인공들.

백발의 노인도 계셨고 젊은이도 있는 연령층이 다양한 연출진들이었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무대 위로 올라와서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의상을 입고 주인공을 처단하는 연기도 보여주었다.

 

인형극의 특성상, 체코어를 알아 들을 수 없어도 충분히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체코만의 개성 넘치는 마리오네트 인형극.

 

 

 

이 날에 대한 일화가 있다.

인형극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시간은 10시가 넘은 시간인데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프라하의 오래된 건물이 다 엇비슷해 보였던 초보 여행자인 나로서

집을 어떻게 가야할 지 너무 막막했다.

다만 내가 머무는 민박집이 위치한 큰 골목거리 이름만 외우고 다녔다.

그 골목거리 이름은 지도에도 표기가 되어있었고 , 그 도로까지만 가면 민박집에 가는 건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도움을 요청했던 사나이는 체코인이 아니었다.

체코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외국인.

그럼에도 내가 그 사나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 사람은 차도 있고 프라하 지도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둘이 멀거니 바라보면서 도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이대로 난 밤을 새야하나

오만 가지 상상을 하며 초조해하고 있던 나에게

외국인이 나에게 건넨 말은 "Can you speak Germany?"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체코에 와서 독일어를 하게 될 줄이야.

이 순간 정말 조각조각으로라도 떠듬떠듬 독일어를 할 수 있다는 나의 능력에 감탄을 했다.

내가 살면서 독일어를 가장 유용하게 썼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당시 나의 독일어 실력은 정말 극히 생존적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유창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Ich finde ~ 정도의 구문과

richtig/links 정도의 방향을 나타내는 단어

이 두 가지만으로도 나는 외국인에게 질문할 수 있었고

용케도 알아들어서 무사히 민박집에 귀환할 수 있었다.

 

내가 약하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이렇게 강한 영혼이었나. 나?ㅋㅋㅋㅋㅋ

 

 

 

 

 

DON GIOVANNI, Praha, 2012.July.6